'심부름을 자처해 무거운 서류 더미를 빼앗듯이 챙겨들고 복도로 나선다. 엘리베이터를 타고, 로비를 지나, 코너를 돌아선다. 공기가 조금씩 예민해질수록 그가 있는 공간에 가까워진다. 정신없이 바쁜 오피스 한가운데 인공의 섬처럼 삼면이 유리로 된 그의 방은 비어있을 때가 더 많다.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소음으로부터 가볍게 고립된다. 투명하면서도 견고해 보이는 테이블 위에 천천히 짐을 내려놓으며 일순 그가 되는 상상을 한다. 나는 그의 방 안에 있지만, 그는 나에게 도달 불능점이다.'

- AINOA. Perfume, GRANHAND.